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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는뭐하는노미고!

[경제] 언택트 VS 컨택트. (2)

by 게으른 야망가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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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 [이코노미는뭐하는노미고!] - [경제] 언택트 VS 컨택트.

 

 




4. 오지랖


물론, 은행 직원이 상품을 권유할 때는 지점이나 본사에서 실적에 대한 압박이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럴 땐 편한 단골 고객을 공략하는데, 손님 입장에서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회사 업무로 꾸준히 거래를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기에 꼼꼼하게 상품을 요리조리 뜯어볼 정신도 없이 "한 달만 있다가 해지하셔도 돼요, 자동이체 세 달만 유지해주세요."같은 간절한 호소에 그냥 사인을 해준 것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렇게 은행직원의 권유, 조언을 듣고 상품에 가입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도 조금씩 기초 지식이 쌓인다는 점이다.

예금 금리가 2% 언저리를 머물던 때, 예적금 이율은 성에 차지 않고 투자를 하기엔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여를 급여통장에 그냥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
회사 업무로 법인창구에서 업무처리를 하는데, 은행직원이 내 통장잔고를 보게 되었는데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뫄뫄씨, 통장에 돈이 왜 이렇게 많아욧?!"

...ㅎ
결코 급여가 높다는 게 아님.

왜 금리도 없(다시피하)는 보통예금 계좌에 돈을 다 저장해두고 있냐며 깜짝 놀랐던 것이다.

나는 태연하게 요즘 금리도 별로고, 딱히 어디 투자를 하기엔 금액이 적어서 그냥 모아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CMA를 추천했고, 내가 적금 계획이 있다는 말에 적금 상품이 아닌 펀드를 추천했다. 사실 그 때는 영업에 말렸다고 생각했었다.

시키는대로 CMA 계좌를 개설하고 적금처럼 펀드에 매달 10만원씩 자동이체 하기로 결정했는데 펀드가 뭔지도 모르고 가입하니 은행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펀드를 고를 때, 수익률만 보지 말고 우선 환매수수료가 없는지를 봐라."

* 펀드 수수료에 대해서는 후술.

 


학교 다닐 땐 모르는 걸 물어볼 선생님도 있고, 교과서를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펀드 수수료에 대해서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누가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 펀드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기에 은행 직원의 한 마디가 금융상품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 어떡하지?'하는 위기감 같은 걸 느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게 기본이라는 건 앎)

 

"펀드에는 수수료가 있다"는 기본부터 시작해 환매수수료, 선취수수료, 후취수수료, 총보수 같은 단어를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덕에 지금은 은행 직원 권유에 따라 아묻따 가입하던 아주 초보적 방식에서 벗어나, 그래도 내 나름대로 상품제안서와 투자설명서를 기초로 펀드를 고를 수 있는 수준까지는 성장한 것이다.

 

사실 그 때 가입한 펀드로 의미있는 수익을 보지는 못 했다. 펀드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채권 위주의 안전한 펀드를 가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펀드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쉬운 것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인데, 그 때 나보다 나은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물론 유튜브나 블로그에 은행직원보다 훨씬 똑똑한 재테크 전문가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 전문가들이 유튜브를 뚫고 나와서 나를 1:1로 상대하며 무엇을 하라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들이 제안하는 것들을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다. 그들이 하는 말은 달콤하기에 초보에게 맞는 수준의 진도를 뛰어넘고 고수익 고위험의 상품에 무리하게 빠져들 수도 있다.

 

그와 달리 은행직원은 어느정도 고객의 수준을 파악하고 먹힐만한 오지랖을 부린다. 나 역시도 나를 필요로하는 상대를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은행직원의 오지랖을 꽤 고맙게 여기는 이유다. 그 직원의 입장에서는 굳이 상품이해도가 낮은 고객에게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5. 왕왕초보에게 딱 맞는 선생님

 

 

초보도 환영한다고해서 갔는데 사실 찐초보는 나밖에 없을 때, 초보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한다고해서 갔는데 강의 수준이 내 수준을 훨씬 웃돌고, 못 알아들으니 따로 질문이라도 해야지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질문 수준이 또 내 수준을 훠얼씬 웃돌 때. 움츠러들고 작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심하면 나는 그동안 뭘 했을까 하는 자괴감까지도 든다. 코스피가 3000을 찍니 어쩌니, 동학개미운동이니 뭐니, 카카오게임즈가 어떻고 빅히트가 저떻고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모두가 떠드는 와중에 코스피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은 본인이 초보라는 단어도 쉽게 꺼내기 힘들다. 겸손이 미덕인 대한민국에서 초보라는 말은 그저 미사여구처럼 사용될 때가 더 많으니까.

 

그래서 진짜 진짜 왕왕초보에게는 더더욱 쉽고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한 법이다. 그게 바로 은행이다. 은행직원들 다 짤라야한다는 둥 말이 많지만, 금융취약계층을 상대하는 은행직원들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모든 은행업무를 비대면으로 돌리자는 발언을 쉽게 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입출금 통장도 개설하지 못하는 금융 아메바를 봐도 당황하지 않고 포용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객부터 VIP 고객까지 응대하는 고객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그러니 주변에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은 금융 어린이라면, 비대면 업무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월 1회 정도의 주기로, 가급적 비슷한 시간대(가능하면 한가한 시간대)에 같은 영업점을 꾸준히 방문해보자. 은행은 급여통장을 개설한 은행(주거래은행)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잔고가 0원이어도 꾸준히 오랫동안 한 은행과 거래한 실적이 쌓이면 그 역시 플러스요인이 된다. 비대면 업무가 혜택이 더 많을 때는 은행직원이 알아서 비대면으로 처리를 해주니 걱정할 것 없다.(대면하면서 비대면으로 처리해주는 아이러니^^)

 

언택트시대에 앞으로 비대면 업무가 훨씬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초보들에게는 은행직원만한 선생님도 없으므로 초보탈출을 위해서 약간의 대면도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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