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택트시대.
바야흐로 비대면의 시대가 왔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비대면업무로의 전환이 일어났지만, 이미 금융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온라인 영업(비대면 영업)에 대한 비중을 늘리려 애를 써왔다.
시중 은행이 비대면 개설 계좌에 한해서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나서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은행(K뱅크, 카카오뱅크 등)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친화적인 젊은 고객층은 기존 은행을 외면했고, 직원들의 높은 임금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기존 은행의 성장은 눈에 띄게 더뎌지기 시작했다.
이에, 비대면 업무의 비중을 꾸준히 늘리며 오프라인 지점을 점차 줄여갔던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인 은행업무의 대부분을 거래은행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처리하고 있다.
60대를 향해가는 부모님도 웬만한 업무는 나의 도움을 통해 모바일로 처리하고 있으니, 대면 업무의 종말이 코앞으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그럼에도 대면.
그럼에도 대면업무는 대체 불가능한 특장점이 있다.
내가 사회초년생이던 시절, 은행을 자주 가야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아마 주1회 정도는 은행을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사 전에는 개인적인 입출금과 예적금 정도만 이용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주기적으로 은행을 방문하면서 법인창구를 통해 꾸준히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은행에도 단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해당 지점의 VIP고객과는 다른 평범한 의미의 "단골". (은행원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물론 그 지점의 VIP는 당연히 그 지점의 단골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골이라고 해서 VIP여야 하느냐, 그 지점에 돈을 많이 맡기고 많이 빌려야 즉, 대단한 자산가여야 은행의 단골이 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라는 거다.
나 역시 자산이라곤 개뿔도 없지만 어느 정도 단골의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리 사소한 업무라도 해당 지점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오래도록 거래를 하면, 서로 안면을 트게 되고 아무래도 은행직원과 말을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 결코 반말을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 (반말하는 진상도 많이 봄)
오늘 너무 추웠다거나, 눈이 내렸는데 보셨냐, 오랫동안 안 보이셨는데 바쁜 일이 있으셨냐와 같은 시시콜콜한 인삿말이 오고간다는 뜻이다.
그게 왜?
3. 가장 가까운 금융선생님. (feat.공짜)
서로 안면을 트고 시시콜콜한 인삿말과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면, 자연스럽게도 본연의 업무 외에 은행직원이 좋은 상품이 있다며 상품설명서를 들이민다. 혹은 스마트폰 쓰시냐고 묻는다. 그리고 새로운 어플이 나왔다며 특장점을 줄줄 읊다가 휴대폰을 좀 달라고 한다.
그렇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뭔가 호구가 된 것 같고 호갱님 취급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그리고 그게 어느정도 맞지만.
찐호구가 되느냐 아니냐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갈리게 된다.
은행직원이 권유하는대로 족족 가입을 해주고 상품설명서도 대~충 넘겨보고 예예 그러세요 하고 넘기면, 상품 가입해주는 호구. 뭘 권유해도 무시하고 안 한다고 철벽방어하면서 예적금밖엔 난 몰라~ 일편단심처럼 굴면 일편단심 민들레 호구다.
전자는 그렇다치고 후자까지 왜 호구냐. 은행이 가장 쉽고 싸게 현금을 가져오는 방식이 예적금이니까. 말하자면 가장 싼 고객인 것이다.
그냥 오며가며 은행 업무만 처리하는 사이일 때는 내가 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다른 창구에서는 번호판이 띵동띵동거리면서 뒷 사람들 순서로 쭉쭉 넘어가는데, 나는 별 것도 아닌 업무로 창구에 앉아서 은행원을 붙잡고 있으면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뭔가 제대로 알아보고싶고, 제대로 설명을 듣고 싶어도, 그저 대충 은행원이 동그라미 쳐주고 형광펜 표시해주는 곳에 사인만 하다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안면을 튼 상태에서 상품권유가 들어오면 훨씬 여유가 있어진다. 이게 어떤 상품인지, 어떤 내용이 장점인지, 왜 나에게 필요한지. 천천히 물어볼 수 있다. 물론, 바쁜 시기에는 똑같이 뒷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하지만, 은행에 자주 가서 얼굴을 익히고 해당 지점이 좀 편해지면 낯도 두꺼워진다. 그리고 상품 가입시 꼼꼼히 질문하고 확인하는 것은 고객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고.
또한 잦은 거래로 나의 재무상태(통장잔고)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직원이 무엇을 권유할 때는 그 직원 역시도 내 수준에 맞는 정도의 금액이나 상품을 권유한다. 젊은 사회 초년생한테 중대질병 암보험 방카슈랑스 같은 건 설명을 아무리 잘해봐야 안 팔린다는 걸 그들도 다 안다.
그들은 사회초년생인 우리보다 훨씬 많은 금융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건 뭔가요? 이게 무슨 말이에요? 뭘 보고 선택해요? 어떤 건 조심해야해요? 라고 물어도,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매우 상냥하고 친절하게 해준다. 그 나이에 그것도 모르냐?고 비웃지 않는다.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초짜기 때문에 인터넷에 검색도 못 한다. 뭐라고 검색할지를 알아야 검색을 하지.
말하자면, 은행 직원들은 사회초년생에게는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절한 금융선생님인 셈이다.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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