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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는뭐하는노미고!

[주식] 초심자의 행운과 타이밍 매수

by 게으른 야망가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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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권계좌의 개설

 

송금 어플을 이용한 이벤트성 계좌가 아닌 "찐"증권계좌를 개설한 건 2019년 가을이었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놀고먹는 중이었는데 TV도 지겹고, 책도 지겹고, 같이 놀 친구도 없고(친구들 다 돈 벌러갔음^^)

뭐라도 좀 생산적인 활동을 해보자! 했던 게 증권계좌 개설이었다.

 

여전히 주식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상태로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30만원을 똬! 입금했다.

 


 

2. 에이치엘비(028300),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

 

총알이 장전됐으니 뭐라도 사야하는데,

 

... 뭘 사?

 

뭘 알아야 사지?

 

증권계좌 어플자체도 뭐가 뭔지 몰라서 못 쓰겠는데, 내가 무슨 종목을 얼마에 몇 주나 사는 게 합당한 건지 알 턱이 있나..

 

그러던 차에 삼성증권 어플에서 이것저것 눌러보는데 눈에 띄는 한 마디.

주식 거래 고수들이 거래하는 TOP10 종목?

오호라?

 

거기서 말 그대로 제일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종목을 대충 장바구니에 골라 담았다.

에이치엘비 하나~ 또 생명과학 열개~ 흠 생명과학 여섯 개 더~

 

이런식인데 뭘 알고 샀겠는가.

그냥 시장에서 콩나물 사듯 산 거지..ㅋㅋ

 


 

3. +364% (feat. 20일)

 

아무 생각없이 주식을 사놓고마치 해외직구 택배 기다리듯 며칠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아차, 나 주식 샀었지! 하며 주식 계좌를 열어봤는데 아니 이게 뭐야?!

 

7만원대였던 에이치엘비는 정확히 20일만에 189000원을 찍었다.

1만원대였던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45,500원이 되었다.

 

+364%

단 20일만에.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있다.

 

아, 내가 그 때 30만원이 아니라 300만원을 넣었더라면?

아니, 300만원이 아니라 3천, 3억을 넣었더라면?(없지만)

 

꽁돈을 바다에 버린다는 생각으로 버리듯이 투자(라고 하지만 실상은 도박)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갑자기 3배가 불어나니, 나는 주식의 천재인가 같은 행복한(=멍청한) 소리가 아니라

 

"이거 뭐야? 이거 뭔데 이렇게 무서워?" 같은 소리가 절로 나왔던 것이다.

 


 

4. 기차인 줄 알고 탔는데 로켓이었어?!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느 속도로 가야하는지도 모르는 채 플랫폼으로 뛰어가 기차 비스무리하게 생긴 걸 대충 잡아 타고는 '뭐 대충 알아서 가겠지. KTX 아니면 새마을이겠지.' 했는데 갑자기 로켓이라며 발사준비를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그게 자살폭탄 테러용 로켓인지, 우주발사선인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불어난 겨우 몇십 만원의 돈이 무서웠던 게 아니다.

360%라는 수익률에 흔들리는 내 자신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때 1년을 갖고 있었던 애플은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는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종목에 대충 던져 놓은 투자금이 "단 20일 만에 3~4배로 불어났다"고 생각해보자.

그 상황에서 당장 투자금을 백만원, 천만원 단위로 올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태생이 게으름뱅이에 쫄보다.

애플 수익률이 매수 직후 -20%를 향해갈 때 두려움에 떨면서도 귀찮아서 매도는 못 했고,

에이치엘비의 무시무시한 수익률을 보면서 투자금을 확 넣어서 수익률을 확확 땡겨볼까?! 하는 유혹에는 망하면 어쩌지 하는 쫄보경보 발동으로 추가 매수를 하지 못했다.

게으름뱅이와 쫄보의 콜라보레이션 덕분(?)에 결과적으로 투자원금의 두배를 회수하는 선에서 두 종목과 이별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바로 이 두 종목으로 아주 큰 돈을 번 개인투자자도 있었다.

 

(그런데 과연 정말 게을러서 매도를 못 하고, 쫄보라도 추가 매수를 못 했을까?

애플은 떨어져도 팔지 않고, 에이치엘비는 치솟아도 팔아버린 이유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5. 저점매수와 고점매도? 매수와 매도의 타이밍?

 

돌아보니 어이없게도 그 당시가 해당 종목이 최고가를 찍었던 때였다.

그것도 연일 상한가를 치면서.(이른바 따상.)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소 뒷걸음질치며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300퍼센트 이상의 수익률을 찍었던 것이다.

 

저점매수와 고점매도.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외환이든, 수익창출의 기본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렸다.

아마도 누구나 다들 처음엔 "나만큼은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나도 타이밍을 잡긴 잡았으니까.

 

그런데 다시 똑같이 해보라고 하면 할 수 있는가.

 

현재 가격이 고점인지, 저점인지.

그걸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는가?

(그렇다면 주린이가 아닐텐데.)

 

초심자의 행운을 시작으로

나는 주식시장의 무서움을 알았다.

 

에이치엘비의 오늘(2020.12.28.) 종가는 87,300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오늘 종가는 27,100원이다.

조금씩 등락폭을 수정하며 주가가 변동을 겪고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2019년 10월 최고가는 그 이후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분명히 그때도 저점이라고 생각하며 매수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구력은 분명 나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저점매수 후 고점매도?

예술같은 타이밍 매수?

주린이는 불가능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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