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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13. 인생 최악, 피부 핵망한 상태로 결혼한 후기.(결혼 전 피부관리하면 안 되는 이유)

by 게으른 야망가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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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에 있어 신부관리의 양대산맥,

다이어트와 피부관리.

 

다이어트야 방법이 간단하지 않나.

덜 먹고, 많이 움직이고.

(쉽다고는 안 했음)

 

근데 피부는 정말 너무나 다양한 요인으로 좋아지고, 나빠진다.

어느날은 이래서 좋았다가, 어느날은 이래서 나빠진다.

그래서 피부관리는 참 어렵고 까다로운 영역이다.

 

 

사실,

나는 살면서 피부로 고생해본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사춘기에도 여드름으로 고생하지 않았다.

고3때 입시 스트레스로 문제를 풀면서 턱을 손톱으로 긁는 버릇이 생겨 2~3개월 정도 턱드름이 생긴 적이 있지만, 손 대는 버릇을 없애자마자 또 싹 사라졌고 그 이후로 남은 흉이나 자국도 없다.

평생 살면서 화농성 여드름이 단 한번도 난 적이 없다.

20대중반까지는 모르는 사람이 피부가 좋다며 칭찬할 정도였다.

 

30대가 넘은 지금도 딱히 관리를 전혀 안 하지만,

좀 건조한 것 말고는 트러블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여드름, 트러블로 확 뒤집어져버린 인생 최악의 피부컨디션으로

결혼을 했다면...?

 


 

 

 

평소 피부상태

 

평소의 피부상태다.

화장도 잘 안 하고 색조도 잘 안 쓴다.

피부 자체는 좀 건조할지언정 트러블은 전혀 없다.

욕심 부리지말고 그냥 이대로만 결혼식장에 들어갔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준비 중 (본식 5개월 전)

 

웨딩촬영을 마치고 당일 저녁에 찍은 사진이다.

인생 최대 풀메이크업에 촬영용 메이크업이라 엄청나게 두껍게 발린 상태지만,

여름이라서 그런지 개기름이 좀 올라와서 피부의 건조함도 덜하고.. 트러블도 전혀 없는 상태다.

잡티는 두꺼운 화장으로 다 가려졌으니 더더욱 불만이 없었다.

 

 

근데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건지.

아니면 내가 피부관리를 받아본 적이 전혀 없어서 시술에 대한 내성이 없었던 것인지...

그나마 조금있는 문제인 건조함이라도 잡아보려고(나름 결혼식이 겨울이니까) 갔던 피부과에서..

내 얼굴을 완전히 조져버렸다.

 

 

 

피부과 시술 직전 (본식 2개월 전)

 

나름 비포 애프터 비교를 해보려고, 피부과 시술 직전에 찍어둔 사진이다. (본식때 물광이 번쩍번쩍할 줄 알고)

클렌징에 세안까지 마친 완벽한 생얼 상태다.

당연히 건성인 나는 그 당시 속당김이 팽팽하게 느껴지는 상태였다.

전체적으로 군데군데 색소침착이 있고(특히 하관) 약간의 잡티(화장하면 다 가려짐)가 있는 건조한 피부.

 

무료체험 이벤트 어쩌고 하면서 결혼준비 카페에 연결된 체험보톡스 시술을 하러 갔다가 덜컥 붙잡혀버린 호구님.

※ 결준비 카페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이벤트 조심하자. (근데 보톡스는 대만족했음)

 

연어알 추출물인가 뭐시긴가 하는 리쥬란 주사와 같은 성분인데, 리쥬란만큼 아프지 않고 피부속에 수분감을 직접 채워넣어 준다고 쏼라쏼라 뭐시뭐시기 하면서 내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하다고 겁을 주고 후려치며(건조한 건 맞지만 당장 큰일날 정도는 아님) 2개월이면 충분히 기간도 많이 남았다며 본식에 번쩍번쩍 광이 나게 해주겠다고...

 

원래 난 정말 이런 데다 돈 안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언니들이며 친구들이며 피부관리에 다들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라,

어쩌고 저쩌고 휩쓸리다보니 어느새 10회 관리에 200만원이 넘는 돈을 결제했더라. (미친!)

 

 

 

그리고 그 결과.

 

 

 

시술 후 (본식 1개월 전)

 

 

이지랄이 되어버린 내 얼굴.

 

이게 본식을 딱 한달 앞둔 신부의 얼굴이다.

 

 

첫번째 시술에서 피부가 윤이 나는 게 느껴졌다.

만족했다.

 

두번째 시술을 바로 잡았다.

두번째에서는 뭔가 시술당시부터 지나치게 영양분이 과도하게 주입되는 느낌이 들었다.

시술 직후 얼굴을 봤는데 좀... 너무 번들번들했다.

 

그 뒤로 트러블이 슬며시 올라왔다.

그러다 가라앉겠지 했다.

원래 트러블이 한두개 정도 올라와도 금방 가라앉던 피부니까.

 

근데 어느 순간 셀 수도 없이 붉은 자국이 후두둑 올라왔다.

시술 이후 2주간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얼굴이 좀 더, 좀 더 울긋불긋해졌다.

 

평생 트러블 관리를 해본 적도 없고,

여드름 한두개쯤이야 손으로 대충 짜도 괜찮았기에

손으로 건드렸더니 마치 불이라도 난듯 온 얼굴이 여드름으로 뒤덮였다.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매일매일 거울을 보면서 통곡을 했다.

 

멀쩡한 얼굴을 괜한 욕심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내 스스로를 후두려패고 싶었다.

 

피부 트러블 때문에 매일매일 너무 우울하고 화가났다.

 

이 당시엔 남편도, 엄마아빠도, 동생도, 친구들도.

그 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말을 걸지 못했다.

 

언제나.

항상.

24시간.

화가 나있어서.

 

누구든 걸리기만 해라 물어버릴테다

 

 

 

엄마는 급기야 병원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남편도 더이상 참지말고 병원에 찾아가자고 했다.

 

원장 얼굴을 보면,

아니 그 번쩍번쩍 광이 나는 피부로 나한테 10회권 상품을 팔던 상담실장 얼굴을 보면,

진짜 한대 패버릴 거 같아서 가기 싫었다.

 

근데 남편이 붙잡고 "이 꼴을 보여주고 사과 받고 환불이라도 받아내야 한다."며 나를 설득했다.

 

 

 

병원에 찾아갔다.

 

 

시술받고 피부가 뒤집어져서 왔다고 하자,

다른 손님들과 마주치지 않게 시술실 한켠으로 데려가놓고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원장님을 데려오겠다고.

 

곧 도착한 원장이 내 피부꼴을 보고 놀란 얼굴을 하며, 비포 사진을 찾아오라고 시킨다.

내가 내 비포사진을 찍었듯이 그 병원에서도 내가 당연히 피부가 좋아질 줄 알고, 비포 사진을 찍어놨었다.

 

 

본인도 기가 차겠지.

약간 색소침착으로 얼룩덜룩할 뿐 큰 트러블이 없는 피부인데,

이지경 이꼴로 만들어놨으니.

 

 

원장이 사과했다.

환불은 당연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피부를 돌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난 여기서 더는 시술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떻게 믿느냐고.

 

그러자 시술이 아니라 진정프로그램으로 트러블 관리는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피부가 다 뒤집어진 상황이라 원래 피부 자력으로 재생하기는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자주와서 최대한 진정관리를 많이 해보자고 했다.

비용 걱정은 말고 언제든지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오라고 하며, 남은 횟수에 대해서는 전부 환불처리해줬다.

(솔직히 전액 환불받고 보상까지 해내라고 하고 싶었지만 트러블 진정이 우선이었기에 최대한 트러블 관리로 뽕을 빼겠다 다짐)

 

 

여기서 이리저리 책임을 회피하며,

내 피부탓을 하거나,

내 잘못으로 몰거나,

그랬다면 진짜 있는 힘을 다해 온갖 인터넷 사이트에 저 여드름 폭발 사진을 올려서 개망신을 주고,

리뷰테러를 했을텐데.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결혼 전까지 피부회복에 힘쓸 것을 약속하는 모습에

어차피 지금같은 모습으로 결혼을 진행할 수는 없었기에

그 뒤로 트러블 안정을 위해 피부과를 정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결혼 한 분들은 잘 알겠지만,

결혼 한달 전이면 정말 너무 바쁠때다.

 

결혼식 뿐만 아니라 신혼 살림살이며, 여행 준비며, 회사일이며, 집안일이며..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정리해도 모자란 시간에..

미친듯이 조퇴, 휴가, 지각을 써가며 병원을 드나들었다.

(회사에서도 내 얼굴 꼬라지를 보고 이해는 해줬지만..)

 

 

 

회복 치료 중 (본식 3주 전)

 

전체적인 붉은기가 가라앉고 트러블 하나하나의 크기가 작아진 느낌이다.

그러나 여전히 새롭게 올라오는 트러블도 있는 상태.

많이 회복한 듯 했다가 좌절했다가 반복.

 

 

 

회복 치료 중 (본식 보름~열흘 전)

 

처음 심각했던 트러블 상황보다 많이 좋아진 상태에 안도감이 들다가도,

예전 셀카를 보면 원래의 피부상태가 떠올라 불쑥불쑥 울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대망의 본식 (D-day)

 

신부화장으로 싹 가렸다.

새벽 4시 반부터 3시간 넘게 쳐발쳐발 후루룩툭툭

하나하나 꼼꼼하게 트러블을 다 가려주신 메컵 선생님 덕분에...

그나마 얼굴 싸매고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조명에 반사되면 자국은 다 보이는 상태)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얼굴이 다 뒤집어진채로 메이크업 사전 미팅을 갔을 때

풀이 죽은 내 모습과 일부러 피부상태를 잘 보여주기 위해 거의 생얼로 가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트러블을 보고도

일말의 미동도 없이 "왕큰 여드름이 이마 한 가운데 빡 박힌 거 아니면 그 정도는 다 가려져요~^^" 하며 웃어주셨던

메컵 선생님...ㅠㅠ

너무나 감사드립니다ㅠㅠㅠ

새벽 4시반부터 나와서 나 때문에 컨실러 반통은 쓰셨을듯...ㅠㅠ

 

 

 

그리고

 

꽤 오래 남은 여드름 흉터.

 

 

 

신혼여행

 

 

전체적으로는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햇빛에 비춰보면 울긋불긋한 자국이 아직 많이 남은 걸 알 수 있다.

ㅠㅠㅠㅠ

 

 

 

본식 6개월 후 (22년 여름)

좁쌀여드름 처럼 자잘해진 여드름 자국.

간혹 일주일에 작은 좁쌀 한두개가 올라오기도 했다.

여전히 트러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피부.

 

한번 피부가 뒤집어지고 나서야,

왜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피부에 그렇게 예민한지 알게 되었다.

 

평생 트러블이라곤 안 나던 사람도

한번 뒤집어지고나니 이렇게 오랜 기간 자국이 안 없어지는데...

가라앉히면 또 도지고, 가라앉히면 또 올라오는 그 지긋지긋한 여드름...

그게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하는지...ㅠㅠㅠ

 

 

결국,

원래의 피부를 되찾은 건 본식 이후 대략 7~8개월 이상이 지난 늦가을이었다.

(얼굴 뒤집어지고 나서 거의 10개월 이상 걸린 것)

 

 

결혼 1주년 기념 여행 중.

 

 

 

오늘의 교훈

 

 

피부관리?

걍 하지마시라.

 

 

 

정확히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지마시라.

 "하던 거" 하시라.

 

 

 

원래 트러블이 있는 피부라면,

아마 본인이 이미 본인 트러블을 잘 다룰 줄 알 것이다.

본인의 트러블 상태에 맞게 병원을 다니든, 연고를 바르든, 케어를 하든 하되

"하던 거" 그대로 하는 게 맞다.

 

뭔가 봄바람이 살랑 불어

나처럼 쓸 데 없는 짓거리 하면서 돈 날리고 시간 날리고 성질 버리고 피부까지 상하지 말고.

 

원래 다니던 병원 다니고, 원래 다니던 관리실 다니고, 원래 바르던 연고를 바르고, 원래 사용하던 화장품을 그대로 사용하자.

원래도 안 다녔다면 병원도 다니지 말고, 관리실도 다니지 말고, 연고도 바르지 말고, 화장품도 바꾸지 마시라.

 

 

그래도 된다.

신부화장이 생각보다 엄청나다.

기초만 1시간을 넘게 쌓아 올린다.

평소에 우리가 하던 화장과는 수준이 다르다.

꿀피부 안 만들어 가도 된다.

 

 

 

그래도 무엇인가 피부관리를 좀 해야할 것 같다?

 

 

팩 하세요 팩.

그냥 천원짜리 팩 일주일에 2번 정도 하세요.

 

 

 

그 외에,

안 하던 짓 하면

저처럼 됩니다.

 

 

 

 


요약

피부관리? 안 하던 거 갑자기 하지마세요. 하던 거만 하세요. 안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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